너무 많은 것들 속에서 오히려 지쳐갔다 서울 중심에 있는 빌라 4층 작은 원룸 나는 이곳에 3년 넘게 살았다
자취 5년 차가 넘으면서 집 안엔 물건이 끊임없이 늘어났다 계절마다 바뀌는 옷 예쁜 접시 홈트기구 인테리어 소품
심지어 한 번도 쓰지 않은 전자제품까지 처음엔 집이 꽉 찬 게 좋았다 뭔가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고
내가 이 도시에서 잘 살고 있다는 증거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점점 지쳐갔다 퇴근하고 돌아와 앉으면 무언가에 계속 쫓기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아마도 과잉된 소유가 만든 피로감이었다 정리가 안 된 집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는 서랍들 버려야지 생각만 하고 몇 달째 방치된 상자들 도시 생활은 이미 빠르고 복잡하다 그런데 집까지 복잡해지자
나는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마음속에 덜어내고 싶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게 물건을 버리기 시작한 첫 번째 이유였다
1. 정말 필요한 게 뭔지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물건을 버리기 시작하면서 정말 필요한 게 뭔지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나는 생각보다 많은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져야 했다
이 물건은 마지막으로 언제 썼지? 지금 이걸 다시 사라고 하면 살까? 이걸 갖고 있는 이유는 뭐지? 놀라운 건 그 많은 물건들 중
진짜 필요해서 갖고 있는 건 30%도 안 됐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은 언젠가 필요할지도 몰라서 혹은 버리기엔 아까워서 남겨둔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 언젠가 는 오지 않았 그 아까움은 결국 더 큰 스트레스를 낳았다 어떤 물건을 버릴지 결정하는 과정은 결국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정리하는 과정이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옷장보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스타일 몇 벌만 남기는 게
훨씬 만족도가 높았다 다 갖고 있어야 불안하지 않은 그 마음을 내려놓고 나니 내 삶이 조금 더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2. 버릴수록 집은 작아졌고 삶은 넓어졌다
물건을 줄여가면서 집은 점점 작아 보이기 시작했다 버릴수록 집은 작아졌고 삶은 넓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공간이 넓어진 게 아니라 시야가 넓어진 것이다 쓸모없는 가구와 장식 쌓인 짐들이 사라지자 한 공간에 앉아도 훨씬 더 편안해졌다 그제야 알게 됐다
공간을 채우는 건 벽과 천장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숨 쉬는가였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집에 대한 애착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집이 단지 잠만 자는 곳이었다면 지금은 집이 나를 보호하는 쉼의 공간이 되었다 깔끔한 바닥 정돈된 주방 비워진 테이블 위에서 나는 훨씬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물건이 줄면서 시간도 남았다 청소는 더 빠르게 끝났고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는 시간도 줄었다 그 시간에 나는 책을 읽고 창밖을 보며 커피를 마시고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여유를 얻었다 결국 내가 줄인 건 물건이 아니라 내 삶을 복잡하게 만들던 불필요한 선택들이었다
3. 비워내고 나서야 비로소 보인 것들
비워내기를 계속하면서 비워내고 나서야 비로소 보인 것들 나는 버리는 행위가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일종의 회복이라는 걸 깨달았다 잊고 지냈던 취미가 다시 떠올랐고 어떤 물건을 버릴지 고민하면서 나는 내 과거의 선택들을 되짚어볼 수 있었다 책상 위의 장식품 하나를 버리면서 그걸 사던 날의 기분을 떠올렸고 꺼내지 않은 채 넣어둔 편지를 정리하다가 예전 친구의 이름을 다시 마주하기도 했다 물건을 버린다는 건 추억을 없앤다는 게 아니라 그 기억을 정리해서 내 안에 더 잘 담아두는 일이었다 무언가를 손에서 놓아야만두 손이 다시 자유로워진다 이제 나는 새로운 것을 들이기 전에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말 필요한가?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 대답은 아니였다
어떻게 하면 도시 한복판에서 나를 회복하는 방법 도시는 늘 자극적이다 광고 유행 속도 경쟁 이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언가를 계속 채우는 게 당연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채움 속에서 나는 점점 피로해졌고 결국 나를 돌보지 못하게 되었다 물건을 버리는 일은 단순한 미니멀 실험이 아니라 도시 한복판에서 나 자신을 되찾기 위한 일종의 저항이자 회복이었다 덜 가짐으로써 더 깊이 느끼고 더 단단해지고 더 자유로워졌다 지금 당신의 방은 어떤가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가장 작고 사소한 물건 하나부터 버려보세요 어쩌면 그 작은 움직임이 당신의 삶 전체를 바꿔놓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