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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한복판, 나는 왜 물건을 버리기 시작했나

by 시리의 생활 2025. 6. 15.

너무 많은 것들 속에서 오히려 지쳐갔다 서울 중심에 있는 빌라 4층 작은 원룸 나는 이곳에 3년 넘게 살았다
자취 5년 차가 넘으면서 집 안엔 물건이 끊임없이 늘어났다 계절마다 바뀌는 옷 예쁜 접시 홈트기구 인테리어 소품
심지어 한 번도 쓰지 않은 전자제품까지 처음엔 집이 꽉 찬 게 좋았다 뭔가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고
내가 이 도시에서 잘 살고 있다는 증거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점점 지쳐갔다 퇴근하고 돌아와 앉으면 무언가에 계속 쫓기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아마도 과잉된 소유가 만든 피로감이었다 정리가 안 된 집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는 서랍들 버려야지 생각만 하고 몇 달째 방치된 상자들 도시 생활은 이미 빠르고 복잡하다 그런데 집까지 복잡해지자
나는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마음속에 덜어내고 싶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게 물건을 버리기 시작한 첫 번째 이유였다

도심한복판 나의 사색

 

1. 정말 필요한 게 뭔지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물건을 버리기 시작하면서 정말 필요한 게 뭔지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나는 생각보다 많은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져야 했다

이 물건은 마지막으로 언제 썼지? 지금 이걸 다시 사라고 하면 살까? 이걸 갖고 있는 이유는 뭐지?  놀라운 건 그 많은 물건들 중
진짜 필요해서 갖고 있는 건 30%도 안 됐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은 언젠가 필요할지도 몰라서 혹은 버리기엔 아까워서 남겨둔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 언젠가 는 오지 않았 그 아까움은 결국 더 큰 스트레스를 낳았다 어떤 물건을 버릴지 결정하는 과정은 결국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정리하는 과정이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옷장보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스타일 몇 벌만 남기는 게
훨씬 만족도가 높았다 다 갖고 있어야 불안하지 않은 그 마음을 내려놓고 나니 내 삶이 조금 더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2. 버릴수록 집은 작아졌고 삶은 넓어졌다

물건을 줄여가면서 집은 점점 작아 보이기 시작했다 버릴수록 집은 작아졌고 삶은 넓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공간이 넓어진 게 아니라 시야가 넓어진 것이다 쓸모없는 가구와 장식 쌓인 짐들이 사라지자 한 공간에 앉아도 훨씬 더 편안해졌다 그제야 알게 됐다
공간을 채우는 건 벽과 천장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숨 쉬는가였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집에 대한 애착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집이 단지 잠만 자는 곳이었다면 지금은 집이 나를 보호하는 쉼의 공간이 되었다 깔끔한 바닥 정돈된 주방 비워진 테이블 위에서 나는 훨씬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물건이 줄면서 시간도 남았다 청소는 더 빠르게 끝났고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는 시간도 줄었다 그 시간에 나는 책을 읽고 창밖을 보며 커피를 마시고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여유를 얻었다 결국 내가 줄인 건 물건이 아니라 내 삶을 복잡하게 만들던 불필요한 선택들이었다

 

 

3. 비워내고 나서야 비로소 보인 것들

비워내기를 계속하면서 비워내고 나서야 비로소 보인 것들 나는 버리는 행위가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일종의 회복이라는 걸 깨달았다 잊고 지냈던 취미가 다시 떠올랐고 어떤 물건을 버릴지 고민하면서 나는 내 과거의 선택들을 되짚어볼 수 있었다 책상 위의 장식품 하나를 버리면서 그걸 사던 날의 기분을 떠올렸고 꺼내지 않은 채 넣어둔 편지를 정리하다가 예전 친구의 이름을 다시 마주하기도 했다 물건을 버린다는 건 추억을 없앤다는 게 아니라 그 기억을 정리해서 내 안에 더 잘 담아두는 일이었다 무언가를 손에서 놓아야만두 손이 다시 자유로워진다 이제 나는 새로운 것을 들이기 전에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말 필요한가?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 대답은 아니였다

 

어떻게 하면 도시 한복판에서 나를 회복하는 방법 도시는 늘 자극적이다 광고 유행 속도 경쟁 이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언가를 계속 채우는 게 당연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채움 속에서 나는 점점 피로해졌고 결국 나를 돌보지 못하게 되었다 물건을 버리는 일은 단순한 미니멀 실험이 아니라 도시 한복판에서 나 자신을 되찾기 위한 일종의 저항이자 회복이었다 덜 가짐으로써 더 깊이 느끼고 더 단단해지고 더 자유로워졌다 지금 당신의 방은 어떤가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가장 작고 사소한 물건 하나부터 버려보세요 어쩌면 그 작은 움직임이 당신의 삶 전체를 바꿔놓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