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는 쓸쓸함이 아니라 여백이다
서울 한복판
수천만 인구 속에서 혼자 사는 삶은 오히려 더 외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혼자 있는 시간을 쓸쓸함이 아니라 여백으로 보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일정에 맞추지 않아도 되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소파에 누워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되는 그 고요함
이 여백 속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귀 기울이게 되었다
혼자란 결핍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나다운 순간을 만드는 공간적 조건이었다
도시의 소음에 지친 나에게
혼자의 시간은 조용한 쉼이었다
- 최소한의 루틴이 마음을 지켜준다
혼자 살다 보면 하루가 금세 흐트러질 수 있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기에
시간도 식사도 수면도 마음대로 흘러간다
그러다 보면 몸보다 먼저 마음이 지쳐간다
그래서 나는 최소한의 루틴을 만들었다
기상 시간은 8시 침대 정리 따뜻한 물 한 잔, 짧은 스트레칭
작지만 매일 같은 흐름이
나를 하루에 안전하게 착륙시키는 느낌이었다
정해진 식사 시간
하루 한 번의 산책
자기 전 20분 독서
이 작은 습관들이 혼자 있는 시간에도
내 삶을 온기 있게 만들어줬다
혼자일수록 작은 리듬이 중요하다
그 리듬이 외로움과 무너짐 사이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어준다
- 무언가를 채우기보다 비우는 쪽을 선택하다
혼자일 때 우리는 종종 무언가로 채우려는 욕망에 휩싸인다
쇼핑 넷플릭스 카페 사람
이 고요함이 불안해서 자꾸 무언가를 더하려 한다
하지만 나의 선택은 달랐다
비우는 쪽을 택했다
옷을 줄이고 인스타 알림을 껐으며
모임은 꼭 가야 하나 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
그 결과
내 일상엔 공백과 여유가 생겼다
물건이 줄자 집이 넓어졌고
사람이 줄자 감정 소모가 줄었다
할 일이 적으니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보였다
이건 단순한 미니멀이 아니라
혼자의 삶을 건강하게 지속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 연결은 반드시 사람 수에서 오지 않는다
혼자 산다는 건 외부 연결이 끊어지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혼자 살면서
진짜 나와 연결된 사람을 더 잘 알게 됐다
괜히 인맥을 넓히려 애쓰지 않아도
하루에 한 통의 문자 한 번의 진심 어린 통화만으로
충분한 관계감을 느낄 수 있다
또 연결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좋은 책 음악 한 그릇의 정성스런 밥
창밖에 스미는 빛과의 교감도
내 마음을 단단히 이어주는 연결이었다
혼자 있지만 고립되지 않기 위해
나는 세상과의 작은 접촉면을 소중히 여겼다
적지만 깊은 연결이
외로움의 바깥에서 나를 지켜주었다
어떤이유로든
혼자 사는 삶은
적게 소유하고 조용히 보내는 시간이지만
그 속엔 분명히 나만의 방식의 따뜻함과 연결이 있다
복잡한 도시 속에서도
우리는 최소한의 것으로
조금 느리게
그리고 충분히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다
혼자라서 외로운 게 아니라
스스로와 연결되지 않아 외로운 것이다
그걸 알게 된 순간
혼자의 시간은 더 이상 두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