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너무 복잡해서 시작한 도시 속 간소한 삶
- 매일이 숨 가쁘게 지나가던 어느 날
회사를 다니며 서울에서 살아가는 삶은 기본이 바쁨이다
아침엔 커피 한 잔 겨우 들고 나가 출근
점심은 밀린 메신저를 보며 씹고
퇴근길은 카페 쇼핑몰 약속 택배 알림으로 정신이 없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스쳐도
곧장 다음 할 일에 밀려 잊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늦게 집에 들어온 뒤
쌓인 옷더미와 비워지지 않은 배달 상자를 보고 멈칫했다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까지 바쁘고
왜 늘 피곤한 걸까?
소지품도 인간관계도 일정도 생각도
하루하루를 버티는 데만 정신이 팔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씩 덜어내기를 시작했다
사는 게 너무 복잡하니까 단순하게 살아보자는 마음에서였다
- 하나씩 줄이기 시작했다 물건 약속 정보
첫 번째로 줄인 건 물건이었다
사실 서울 자취방은 넓지 않다
그런데 옷 화장품 책 주방 도구 택배 상자가 가득 찼다
마치 나는 작은 공간에서 살면서
더 많이 갖는 걸로 안정감을 얻으려 했던 것 같다
옷장을 열고 안 입는 옷을 빼고
책장에서 읽지 않은 책을 정리하고
냉장고의 오래된 양념을 버리며 조금씩 가벼워졌다
다음은 약속이었다
좋은 사람들과의 모임조차
피곤한 몸과 맞지 않는 날엔 의무로 느껴졌다
더 이상 비워둔 날이 더 불안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줄인 건 정보였다
SNS는 매일 새로운 트렌드로 나를 흔들었고
뉴스는 끊임없이 불안감을 키웠다
한동안 뉴스 알림을 껐고 인스타그램은 비활성화했다
하나씩 덜어낼수록 내 안엔 공간이 생겼다
생각할 여유 멍 때릴 여유 느리게 호흡할 여유
- 단순함 속에서 다시 보이기 시작한 것들
간소한 삶은 처음엔 약간의 불편함을 동반했다
필요할 때 물건이 없고, 외로움이 밀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지나고 나니
오히려 더 많이 보이기 시작한 것들이 있었다
먼저 나 자신의 감정
과거엔 늘 바쁘고 피곤했기에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도 무뎠다
하지만 일상에 여백이 생기자
내가 언제 즐겁고 언제 지치는지를 알게 됐다
다음으로 주변 사람들의 진심
모임을 줄이자 연락이 끊기는 사람도 있었고
반대로 조용히 요즘 괜찮아?라고 물어오는 이들도 있었다
적지만 진한 관계만 남았다
그리고 그 관계는 가볍지 않아서 더 좋았다
또 하나는 시간의 감각
해야 할 일을 덜어내니
시간이 갑자기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었다
아침에 커피를 내려 마시고
창밖을 보며 10분을 멍하니 보내도
그게 아깝지 않았다
- 더 적게 소유할수록 더 많이 연결된다
사는 게 너무 복잡해서 시작한 간소한 삶은
결국 내게 뜻밖의 풍요를 안겨줬다
물건은 줄었지만 필요한 것만 곁에 있는 만족감이 생겼고
관계는 줄었지만 내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남았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고
나는 내 삶의 속도를 내가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과의 연결이 깊어졌다
복잡함 속에선 외부만 보이지만
단순함 속에선 내부가 보인다
지금도 완벽하진 않다
때때로 욕심이 들고 외로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무작정 무언가를 채우기보다
잠시 멈추고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도시 속 간소한 삶은
불편을 감수하는 삶이 아니라
나에게 꼭 맞는 삶을 찾기 위한 실험이었다
우리의 삶은
사는 게 복잡하다고 느껴질 땐
그 복잡함 속에서 계속 버틸 게 아니라
한 걸음 물러서서 덜어내는 선택도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더 많이 갖는 삶이 아니라
더 깊게 연결된 삶을 원한다면
어쩌면 시작은
하나씩 비워보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