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건을 줄이다 보니 사람도 다시 보였다
미니멀리즘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단순히 공간을 정리하고 싶었다
옷장을 비우고 책장을 정리하고 자주 쓰지 않는 물건들을 중고 앱에 내놓았다
생각보다 훨씬 가볍고 마음까지 정돈되는 느낌이 좋았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났다.
물건을 정리하다 보니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사람과의 거리도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어떤 물건은 혹시 필요할지 몰라서 버리지 못했다
어떤 사람도 괜히 서운할까 봐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물건도, 그 관계도 지금의 나에겐 별 의미가 없었다
정리를 하다 보니
내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지 선명해졌다
그리고 그건 결국
몇 명과 함께하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진짜로 연결되어 있느냐의 문제였다
- 관계를 비우는 건 결국 나를 지키는 일이다
물건을 줄일 때보다 훨씬 더 조심스러웠다
관계를 비운다는 말은 어딘가 차갑고 이기적인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건 무작정의 단절이 아니라
적정 거리의 회복이었다
늘 참석하던 단체 모임에서 조용히 빠졌고
진심이 오가지 않는 연락엔 굳이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과의 대화를 더 자주 가졌다
눈치와 의무로 이어지던 관계들을 정리하자
오히려 감정의 에너지가 회복되는 걸 느꼈다
비운다는 건 곧
내 시간과 감정을 더 중요한 것에 쓸 수 있도록 선택한다는 뜻이다
누군가를 거절하는 게 아니라
내가 누구와 건강하게 연결되고 싶은지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사람으로 자라기
미니멀한 삶을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불필요한 약속을 줄이니
주말이 텅 비고
SNS를 쉬다 보니
사람 소식에 덜 민감해진다
처음엔 막막했다
이렇게까지 혼자 있어도 되나?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혼자인 시간의 의미가 달라졌다
혼자 있어도 불안하지 않은 상태
그건 외로움을 참는 게 아니라 고요함을 즐길 줄 아는 상태였다
그 안에서 나는 나를 더 잘 알게 되었고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나보다
스스로에게 솔직한 내가 더 중요해졌다도 건강하게 맺을 수 있다
의존이 아닌 연결 두려움이 아닌 여유로 만나는 사이
미니멀리즘은 내게 그런 관계를 만들어갈 힘을 주었다
- 적지만 깊은 관계가 남는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내 주변에 남은 사람들이 정말 진심으로 이어진 관계라는 점이다
좋은 사람이 많을 필요는 없었다
다만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사람
서로 의무감 없이 편안히 이어지는 사람이면 충분했다
이전엔 연락을 자주 주고받지 않으면
관계가 멀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가끔 연락이 와도
잘 지내?라는 짧은 말로도 충분히 따뜻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많이 만나지 않아도
자주 보지 않아도
마음 깊이 연결되어 있는 사람 몇 명이면
그 삶은 결코 외롭지 않다
그렇게
물건도 일정도 관계도 줄였지만
삶의 밀도는 오히려 더 깊어졌다
어떻게하면 우리는
미니멀리즘은 단지 집을 비우는 일이 아니다
결국엔 내가 무엇을 중심에 두고 살아갈지를 정하는 과정이고
그 중심이 나 자신이 될 때
내 곁에 머무는 관계 역시 달라진다
덜 연결되지만 더 깊고
덜 복잡하지만 더 따뜻한 관계들
그것이 미니멀리즘이 내게 가져다준
가장 뜻밖의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