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 이케아 없이도 미니멀하게 산다는 것
예쁘지 않아도 괜찮은 나만의 간소함
- 미니멀리즘은 브랜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니멀리즘을 떠올릴 때
무인양품의 하얀 수납함이나
이케아의 깔끔한 가구를 함께 상상한다
마치 그 브랜드들이 있어야만 미니멀한 삶이 시작되는 듯이
나도 그랬다
비우고 싶은 마음보다
이왕이면 예쁘게 비우고 싶은 욕심이 컸다
그러다 문득
그럼 결국 또 뭔가를 사야 하잖아? 라는 질문이 들었다
결국 그 순간부터 진짜 미니멀은 시작됐다
갖추는 것이 아닌
이미 있는 것으로 살아보는 실험
그때부터 나는 브랜드 없는 비움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값싼 플라스틱 서랍 고장 직전의 의자 물 빠진 행주까지
그 모든 것들이 예뻐 보이지는 않았지만
필요는 충분히 채워주고 있었다
- 내가 가진 것의 얼굴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미니멀리즘을 브랜드로 시작하면
언젠가는 다시 쇼핑으로 끝나게 된다
나는 그걸 너무 많이 경험했다
수납을 위해 수납함을 사고
정리를 위해 라벨지를 사고
깔맞춤을 위해 새로 통일된 색을 샀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묻는다.
이건 꼭 바꿔야 할까?
가끔은 아무 것도 담기지 않은 투명 플라스틱통이
무인양품보다 솔직하다
떨어진 페인트 자국이 있는 식탁이
내 삶의 시간표 같기도 하다
예쁘진 않아도 익숙한 것들
비싸진 않아도 버티는 것들
그 모든 물건이 나를 닮아 있었다
브랜드 없는 물건들을 바라보며
나는 점점 가지고 있는 것과 친해지는 법을 배워갔다
- 불균형한 공간이 오히려 나를 편하게 했다
이케아 책장 무인양품 조명 그런 것들이 없으면
내 공간이 너무 제멋대로 같을까 봐 걱정했었다
색은 섞여 있고, 크기도 들쑥날쑥하며
매뉴얼 없이 조립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런 공간에서 살수록
점점 더 마음이 편해졌다
정돈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허용이 생겼다
불균형한 방 안에서 오히려
나는 중심을 잡게 됐다
완벽한 수직선보다는
삐뚤어진 책탑이 나를 더 닮아 있었다
미니멀은 반드시 미니멀한 디자인이 아니라
나를 피로하게 하지 않는 구조였다
겉으로는 정리되지 않아 보여도
내 안에서는 정리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었다
- 미니멀은 결국 내 마음이 비워지는 일
어느 날 선물받은 컵 하나가 깨졌다
예전 같았으면 비슷한 디자인의 새 컵을 검색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그냥 있는 컵을 썼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불편함도 아쉬움도 없었다
그제야 알았다
미니멀리즘은 결국 마음의 구조라는 걸
무인양품 없이 이케아 없이
브랜드 하나 없이 채워지는 평온함
그건 '덜 가짐'에서 오는 게 아니라
더 이상 찾지 않음에서 오는 감정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도 예쁜 게 좋지 않아요?
물론 그렇다
하지만 가끔은 예쁘지 않아도 좋은 날들도 있다
그런 날들이 쌓이면
삶은 조금 더 가벼워진다
우리는 미니멀리즘조차
새롭게 소비하고 꾸미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진짜 미니멀은 어쩌면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를 허락하는 연습일지도 모른다
무인양품은 이케아도 없이 살아본 이 시간 동안
나는 알게 됐다
비운다는 건 결국 나 자신을 조금 더 신뢰하는 일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