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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7벌 친구는 3명 공간은 5평 진짜 필요한 건 뭘까

by 시리의 생활 2025. 6. 23.

버리고 줄이는 끝에서 만난 아주 작은 진심 하나

  1. 옷이 줄어드니 하루가 간결해졌다
    예전의 나는 옷장을 열 때마다 혼란스러웠다
    입을 옷이 없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30벌이 넘는 옷 속에서 매일 같은 고민을 했다
    어제 입은 옷은 피하고 싶고
    계절은 애매하고 기분은 불안정했다
    그래서 하루의 시작이 늘 피로했다

옷은 7벌 친구는 3명 공간은 5평 진짜 필요한 건 뭘까
옷은 7벌 친구는 3명 공간은 5평 진짜 필요한 건 뭘까

어느 날 우연히 7벌만 입는 사람에 대한 글을 읽었다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 입는 옷이 정해져 있다면 아침이 쉬워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한 번 실험해 보기로 했다
옷장을 열고 입지 않는 옷을 죄다 빼냈다
남은 건 7벌
티셔츠 3장 셔츠 2장 바지 2벌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 옷에 대한 고민은 사라졌다
오히려 옷을 고르지 않게 되자
무슨 옷을 입었는지가 아닌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옷이 줄어들자 스타일도 더 나다워졌다
간결하고 익숙한 옷들이
내 하루의 리듬을 만들어줬다
소유는 줄었지만
삶의 속도는 조금 더 선명해졌다

  1. 친구는 많지 않아도 충분했다
    스마트폰 속엔 수십 개의 채팅방이 있었다
    한때 함께 일했던 사람들 지나간 연애
    인사치레로 이어지는 관계들
    연락만 하고 지내는 사이가 과하게 많아졌고
    실제로 마음을 털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없었다

한동안 연락을 끊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나는 정리를 시작했다
마음을 나누고 침묵을 견딜 수 있는 친구
연락이 끊겼다가도 다시 웃을 수 있는 친구
그런 관계만 남기기로 했다

그 결과 남은 건 단 3명
가끔 만나고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그 사람들과는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이 있었다

관계는 숫자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많은 사람과 얕게 연결되는 대신
몇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는 일이
훨씬 나를 지탱해주었다

많은 친구가 나를 위로한 적은 별로 없었다
진짜 위로는 단 한 명에게서 왔다

  1. 5평짜리 공간이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었다
    예전에는 넓은 집이 삶의 목표였다
    방이 두 개 옷방 작업실 욕실 분리
    그 모든 것을 갖춰야만
    제대로 사는 삶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들어간
5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자유로운 삶을 시작했다

처음엔 답답했고
수납도 부족했으며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며칠 몇 달이 지나자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은 줄었고
청소는 10분이면 끝났고
늘 앉아 있던 작은 책상과 창문 너머 햇빛은
내게 생각할 틈과 느릴 권리를 주었다

작은 공간에 오래 있으니
스스로와 더 많이 마주했다
거울 앞에 오래 서는 대신
마음 앞에 오래 앉게 되었다

큰 집이 주지 못한 건 집중이었다
그 어떤 꾸밈도 없던 그곳에서
나는 점점 더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갔다

  1. 줄이고 버리고 남은 것 결국 나였다
    옷도 줄이고 친구도 줄이고 공간도 줄였다
    그러면서 비워진 건 단순히 물건이나 사람만이 아니었다
    욕심 비교 불안 체면 자격지심 같은 것들

비우면 허전할 줄 알았지만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비어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래서 글을 쓰게 되었고
걸음도 천천히 걷게 되었고
사소한 대화 속에서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줄여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속도가 줄어들어야 감정이 따라온다
공간이 줄어들어야 관계가 더 가까워진다
소유가 줄어들어야 진짜 필요한 마음 하나가 보인다

결국 남은 건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감각
그건 세상이 주는 게 아니라
덜어낸 끝에서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더많이 관심을 같고 
우리는 늘 더 많이를 기준 삼아 살아간다
하지만 옷 7벌로도 사는 데는 불편함이 없었고
친구 3명이면 외롭지 않았고
5평 방은 오히려 마음을 더 깊게 만들어주었다

진짜 필요한 건
많은 것이 아니라 정확한 것이다
그리고 그 정확함은
버리고 줄이고 남긴 끝에서야 보이기 시작한다

나에게 맞는 삶은
생각보다 훨씬 작고 단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