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줄이는 끝에서 만난 아주 작은 진심 하나 옷이 줄어드니 하루가 간결해졌습니다
예전의 나는 옷장을 열 때마다 혼란스러웠다 입을 옷이 없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30벌이 넘는 옷 속에서 매일 같은 고민을 했다 어제 입은 옷은 피하고 싶고
계절은 애매하고 기분은 불안정했다 그래서 하루의 시작이 늘 피로했습니다
1. 어느 날 우연히 7벌만 입는 사람에 대한 글을 읽었다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7벌만 입는 사람에 대한 글을 읽었다매일 입는 옷이 정해져 있다면 아침이 쉬워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한 번 실험해 보기로 했죠 옷장을 열고 입지 않는 옷을 죄다 빼냈습니다
남은 건 7벌 티셔츠 3장 셔츠 2장 바지 2벌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 옷에 대한 고민은 사라졌다 오히려 옷을 고르지 않게 되자
무슨 옷을 입었는지가 아닌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옷이 줄어들자 스타일도 더 나다워졌습니다
간결하고 익숙한 옷들이 내 하루의 리듬을 만들어줬다 소유는 줄었지만 삶의 속도는 조금 더 선명해졌습니다
친구는 많지 않아도 충분했습니다
2. 스마트폰 속엔 수십 개의 채팅방이 있었다
한때 함께 일했던 사람들 지나간 연애 인사치레로 이어지는 스마트폰 속엔 수십 개의 채팅방이 있었습니다 관계들 연락만 하고 지내는 사이가 과하게 많아졌고 실제로 마음을 털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없었습니다 한동안 연락을 끊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나는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마음을 나누고 침묵을 견딜 수 있는 친구 연락이 끊겼다가도 다시 웃을 수 있는 친구 그런 관계만 남기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남은 건 단 3명 가끔 만나고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그 사람들과는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이 있었습니다
관계는 숫자가 아니라 진심이었습니다 많은 사람과 얕게 연결되는 대신 몇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는 일이
훨씬 나를 지탱해주었습니다 많은 친구가 나를 위로한 적은 별로 없었다진짜 위로는 단 한 명에게서 왔습니다 5평짜리 공간이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었습니다
3. 예전에는 넓은 집이 삶의 목표였다
방이 두 개 옷방 작업실 욕실 분리 예전에는 넓은 집이 삶의 목표였습니다 그 모든 것을 갖춰야만 제대로 사는 삶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들어간 5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자유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답답했고 수납도 부족했으며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며칠 몇 달이 지나자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건은 줄었고 청소는 10분이면 끝났고 늘 앉아 있던 작은 책상과 창문 너머 햇빛은 내게 생각할 틈과 느릴 권리를 주었습니다
작은 공간에 오래 있으니 스스로와 더 많이 마주했습니다 거울 앞에 오래 서는 대신 마음 앞에 오래 앉게 되었습니다
큰 집이 주지 못한 건 집중이었습니다 그 어떤 꾸밈도 없던 그곳에서 나는 점점 더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갔습니다
줄이고 버리고 남은 것 결국 나였습니다
4. 옷도 줄이고 친구도 줄이고 공간도 줄였다
그러면서 비워진 건 단순히 물건이나 옷도 줄이고 친구도 줄이고 공간도 줄였습니다 사람만이 아니었다욕심 비교 불안 체면 자격지심 같은 것들 비우면 허전할 줄 알았지만 오히려 더 단단해졌습니다 비어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래서 글을 쓰게 되었고
걸음도 천천히 걷게 되었고 사소한 대화 속에서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줄여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속도가 줄어들어야 감정이 따라옵니다 공간이 줄어들어야 관계가 더 가까워진다 소유가 줄어들어야 진짜 필요한 마음 하나가 보입니다 결국 남은 건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감각 그건 세상이 주는 게 아니 덜어낸 끝에서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습니다
더많이 관심을 같고 우리는 늘 더 많이를 기준 삼아 살아갑니다 하지만 옷 7벌로도 사는 데는 불편함이 없었고
친구 3명이면 외롭지 않았고 5평 방은 오히려 마음을 더 깊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진짜 필요한 건 많은 것이 아니라 정확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정확함은 버리고 줄이고 남긴 끝에서야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에게 맞는 삶은 생각보다 훨씬 작고 단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