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예술은 나를 설명하지 않고도 나를 이해하게 했다

by 시리의 생활 2025. 6. 27.

어떤 말도 없이 내가 울었다

  1. 말로 설명할 수 없던 마음 예술 앞에서 울컥하다
    사람들이 내게 요즘 어때?라고 물으면
    나는 언제나 잠시 머뭇거린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결국 그럭저럭이라는 말로 마음을 감춘다

예술은 나를 설명하지 않고도 나를 이해하게 했다
예술은 나를 설명하지 않고도 나를 이해하게 했다

그 말은 대부분 거짓말이다
사실은 너무 외롭기도 했고
답답한 하루들에 지쳐 있었으며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해 서성이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전시회를 찾았다
별다른 기대 없이 들어간 공간
작은 조명이 비추는 추상화 한 점 앞에서
나는 그만 멈춰 서고 말았다

알 수 없는 색의 덩어리
의미를 읽기 힘든 선의 배열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그림을 보는 순간
말하지 못한 내 마음이 설명되지 않아도 이해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충격이었다
누군가가 내 안을 꺼내 보여준 것도 아닌데
이 감정은 무엇일까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예술은 설명이 아니라 공명이라는 것

나조차 잘 모르는 내 마음에
어딘가에서 울리는 작은 공명이
그래 너도 그런 기분이었지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1. 내 감정을 대신 살아주는 존재 예술
    예술은 어떤 면에서
    감정을 대신 살아주는 존재다
    우리는 어떤 순간
    감정을 온전히 느끼기조차 어려운 상태에 빠진다
    바쁘고 피곤하고 스스로를 마주할 여유조차 없을 때

그럴 때 음악 한 곡이
그림 한 점이
시 한 구절이
우리를 대신해 울어주고 웃어주고 버텨준다

나는 그런 경험을 종종 했다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일만 하던 어느 겨울
라디오에서 우연히 흐르던 첼로 소리에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이 흐른 적이 있다
그건 내가 울 수 없던 시간을
음악이 대신 울어준 순간이었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설명할 수 없었던 분노 공허 그리움
어느 순간 화폭 속에서
그 감정들이 형태를 입고 다가올 때
비로소 나는 아 내가 이런 상태였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예술은
우리 감정의 언어화되지 않은 부분을 조용히 밝혀주는 손전등 같다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몰라도
그 빛을 따라가다 보면
나라는 미로가 조금은 덜 복잡하게 느껴진다

  1. 나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 알아주는 경험
    살면서 우리는 자주 외롭다
    특히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안고 있을 때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일은 쉽지 않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말은
    그저 수사가 아니다

하지만 예술 앞에서는
그 모든 무거움이 조금 가벼워진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자리
눈빛 하나로 붓질 하나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교감할 수 있다

그런 경험이 한 번쯤 있다면
우리는 알게 된다
이해받기 위해 꼭 설명할 필요는 없다는 것

예술은 언제나 조용하지만 강하게 말한다
나는 말이 아니라 느낌으로 너를 이해해
그건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가족도 연인도 친구도
그 순간의 나를 이해하지 못했을 때
한 점의 예술 작품이
내 감정의 편이 되어주곤 했다

그리고 그건 놀라운 위로였다
괜찮아 네가 이런 기분일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알아
이 말을 그림이 음악이 시가
대신 건네준 것이다

  1. 예술을 통해 결국 나를 더 잘 알아가는 일
    예술 감상이란
    결국 자기 자신을 더 잘 들여다보는 행위다
    타인의 작업물을 보지만
    그 감정의 반응은 내 안에서 일어난다
    그것이 무의식에 있는 감정을 비추고
    때로는 치유하며
    가끔은 오래 묻어둔 기억을 꺼내기도 한다

나는 예술을 감상할수록
내가 어떤 감정에 약한지
무엇에 끌리는 사람인지
어떤 결핍을 안고 사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색이 자주 바뀌는 이유
눈물이 나는 장면이 반복되는 이유
한 곡의 음악을 매일 틀게 되는 이유
그 모든 것은
나 자신에 대한 단서였다

예술은 나를 대신 설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예술은 내가 나를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때로는
내가 나를 안아줄 수 있는 힘까지 준다

감상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그건 자기 자신과의 대화다
어쩌면 우리는 예술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더 잘 보기 위해
그림 앞에, 음악 앞에 멈춰서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술은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거기서
내 마음의 진심을 들었다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타인의 붓 끝에서
보이지 않는 음표 사이에서
나는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건 어떤 상담보다도
어떤 말보다도 깊고 조용한 위로였다
그리고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으로
나는 조금 더 나를 사랑할 수 있었다

예술은 결국
우리를 우리에게 데려다주는 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