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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내게 의미가 되기까지 아무 감흥 없던 시절을 지나

by 시리의 생활 2025. 7. 16.

 

처음 예술을 마주했을 때 나는 그저 무표정한 관람객이었다 감동 없는 전시장의 풍경 유명한 작가의 그림이든 고흐의 해바라기든 나에게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색이 아무리 강렬하고 구도가 아무리 독특해도 그저 지나가는 풍경 같았다 미술관에 들어선 이유도 좋아서라기보다는 어떤 문화적 의무감 때문이었다 그곳에 있으면 내가 조금은 더 성숙한 사람처럼 느껴질 것 같았고
예술을 가까이 두는 사람이 어딘가 특별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몇 번의 전시 관람으로 쉽게 무너졌다 캔버스 위의 붓 터치에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나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소설 속 인물의 비극에도 눈물이 흐르지 않았고 연극 무대 위의 절규에도 심장이 뛰지 않았다 예술은 나와 상관없는 언어처럼 느껴졌다 그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는 그저 멍하니 시간을 소비할 뿐이었다

예술이 내게 의미가 되기까지 아무 감흥 없던 시절을 지나

 

 

1. 일상에서 처음 느낀 작은 울림

 

예술이 정말 아무 의미도 없던 시절 일상에서 처음 느낀 작은 울림 나는 오히려 일상 속 사소한 장면들에 더 큰 감동을 느꼈다
퇴근길 버스 안에서 본 노을 창밖으로 스쳐가는 그림 같은 풍경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낯선 얼굴과 내 모습 어느 날이었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첼로 선율이 유난히 크게 다가왔다 그 소리는 설명할 수 없이 나를 붙잡았고 그 순간 나는 정지한 풍경 속에 갇힌 듯 멈춰 있었다 감정은 슬픈 것도 기쁜 것도 아니었지만 분명히 내 안에 무언가가 흔들렸다 그 작은 울림이 나를 다시 예술로 이끌었다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세부를 보게 되었고 그림 속 눈동자의 방향과 여백의 의도소설의 문장 하나에 담긴 삶의 무게가 조금씩 마음에 남기 시작했다

 

 

2. 해석이 아닌 경험으로 예술을 만나다

 

예전에는 예술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해석이 아닌 경험으로 예술을 만나다 그림을 보면 작가의 의도부터 해석하려 했고 음악을 들으면 역사와 이론을 먼저 공부하려 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오히려 나와 예술 사이를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 무렵 한 수업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예술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그 말은 내게 새로운 문을 열어주었다 작품 앞에 섰을 때 무언가 느껴지지 않아도 괜찮았다 의도와 상징을 모르더라도 한참을 멍하니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음악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사 없이 반복되는 피아노 소리 그 리듬과 음색만으로도 내 하루가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해석하려 하지 않자 오히려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감정은 논리가 아니며 예술은 결국 내 감각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3. 예술이 삶의 언어가 되었을 때

 

어느 순간부터 예술은 내 일상의 언어가 되었다 예술이 삶의 언어가 되었을 때 좋은 하루를 보낸 날이면 밝은 색의 그림이 떠올랐고
지친 날에는 음울한 선율이 위로가 되었다 무언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면 그 순간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문장이나 사진을 찾게 되었다 삶은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연속이다 그 감정을 꺼내어 놓을 수 있는 수단이 예술이라는 것을 나는 시간이 흐르며 깨닫게 되었다 예술은 누군가의 감정이 담긴 결과물이자 동시에 내 감정을 받아줄 그릇이기도 하다 그렇게 예술은 내게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통역사가 되었다 한 문장 한 장면 한 소리 그것들이 나의 슬픔과 기쁨과 그 사이를 설명해주는 유일한 언어가 되었다

나는 이제 예술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머무는 사람이 되었다 더 이상 박제된 의미를 찾지 않아도 되고 감정의 결이 겹치는 순간에만 잠시 머물다 가도 괜찮다 예술은 그렇게 어느덧 내게 의미가 되었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가만히 감싸안아주는 방식으로
그리고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방식으로 삶 속에 스며든 예술은 이제 내가 살아가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