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진 게 많다고 풍요로운 건 아니었다
한때 나는 무엇이든 가지고 싶어 했다 더 넓은 집 더 좋은 가전제품 더 많은 옷 더 편리한 앱들 도시 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채워진 것들이었다 월급이 들어오면 우선순위는 '나를 편하게 해 줄' 무언가를 소비하는 것이었고 SNS는 그런 욕망을 자연스럽게 부추겼다 나보다 더 잘 사는 사람들 더 세련된 인테리어 더 알뜰한 소비 습관을 자랑하는 계정들 사이에서 나는 항상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어느 날 물건은 많아졌는데 내 삶이 피곤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득 찬 옷장은 늘 어지럽고 택배 상자는 집 안에서 날 위한 공간을 점점 줄였다 많은 물건 속에서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다 처음엔 인테리어 스타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그것은 '내 삶에 진짜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내려놓는 선택'이었다
‘그렇게까지 다 버릴 필요가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작은 것부터 줄이기 시작했다 책장 속 한 번도 읽지 않은 책들 1년 넘게 입지 않은 옷들, 필요 이상으로 많은 주방용품 하나하나 버릴 때마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소유가 줄어드는데 불편함보다 오히려 해방감이 찾아왔다 '가진 것'은 줄었지만, '비워낸 것'은 나에게 여백과 여유를 선물해 주었다
- "공간을 줄이자 사람이 보였다"
물건을 줄이고 나니 자연스럽게 공간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방이 좁다고 불평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넓게 느껴졌다 쓸모없는 가구들이 빠지자 작은 방도 충분히 아늑하고 기능적인 공간이 되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무의식적으로 쌓아두며 진짜 필요한 공간마저 포기해왔는지를 실감했다
물건이 없어진 자리에 시간이 들어왔다 불필요한 정리 청소 수납에 들이던 에너지를 다른 데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도 덜 분주해졌고 생각이 정리되니 자연스럽게 관계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내가 진짜 결핍을 느끼던 건 '소유의 부족'이 아니라 '연결의 부재'였다는 것이다 매일같이 스마트폰으로 사람들과 연결돼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관계는 많지 않았다 대신 일회성 모임 얕은 대화 계산된 인간관계만 가득했다. 내가 가진 공간이 넓어질수록, 이상하게도 내 인간관계는 좁아졌다
하지만 삶이 단순해지고, 더 이상 외부의 기준에 나를 맞추지 않게 되면서 관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필요에 의해 맺었던 인맥보다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몇 명의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었다. 그들과 더 자주 대화했고, 더 깊게 연결되었고, 그 안에서 따뜻한 안정감을 느꼈다
- "적게 가질수록 더 많이 나눌 수 있다"
미니멀한 삶은 이기적인 삶이 아닐까? 처음에는 그런 고민도 있었다 덜 만나고 덜 소비하고 덜 소유하는 것이 나만을 위한 선택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살아보니 정반대였다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니 오히려 여유가 생겼다 시간 감정 에너지 모두 말이다 그 여유는 자연스럽게 나눔으로 이어졌다 예전에는 누가 힘들다고 말하면 '나도 바빠서 미안해'라고 넘겼지만 이제는 상대를 위해 시간을 내고 마음을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해야 할 일'에 묶여 있지 않으니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소유하지 않으면 불안할 줄 알았다 하지만 미니멀한 삶 속에서 경험한 진짜 풍요는 ‘소유’가 아니라 ‘연결’이라는 사실을 알려줬다 한 잔의 커피 짧은 산책 나눈 대화 하나가 이전보다 훨씬 깊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물질이 아닌 사람으로부터 얻는 만족감은 훨씬 오래 지속되었다
또한 필요 없는 물건을 나누고 지식과 경험을 글로 공유하며 미니멀한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과 느슨한 커뮤니티로 연결되는 경험도 생겼다 같은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과의 연결은 ‘공감’이라는 선물까지 안겨주었다
- "진짜 풍요는 내 안에서부터 시작된다"
도시 한복판에서 미니멀하게 살아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온갖 자극과 정보 소비 권유 속에서 '덜 가지는 삶'을 선택하는 건 흔들리는 선택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삶을 계속 선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덜 가지는 것이 내게 더 많은 것을 가져다줬기 때문이다
정리된 공간에서 더 명확한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단순한 일상 속에서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자극적인 경험은 줄었지만 감각은 훨씬 더 섬세해졌다 더 이상 타인의 기준에 나를 맞추지 않아도 되었고, 비교의 피로에서 벗어났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과의 연결이 회복되었다는 점이다 미니멀리즘은 물건을 줄이는 데서 시작하지만 결국은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소음을 줄여야 진짜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무리하며
미니멀리즘은 단순한 ‘줄이기’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그 선택을 통해 내가 얻은 진짜 풍요는 더 깊은 관계 더 선명한 감정 그리고 더 단단한 나 자신이었다 소유는 줄었지만, 삶은 더 단단해졌다
혹시 지금 무언가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느끼고 있다면 아주 작은 것부터 줄여보길 추천한다
비워낼수록, 당신이 진짜 원하는 연결이 시작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