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버틸 힘조차 없던 어느 날 문득 예술이라는 존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예술이 그저 멀고 어려운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림을 봐도 작곡가의 이야기를 들어도 나와는 다른 세계라고 생각하며 스쳐 지나가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내 삶이 균형을 잃고 흔들리던 바로 그 순간 예술은 그 틈으로 스며들었습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며 단단한 척 살아왔지만 그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야말로 진짜 나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보았던 한 편의 영화 한 곡의 음악 한 장의 그림은 말로 설명되지 않는 깊이를 가지고 다가왔습니다 마음이 약해졌기에 예술은 강하게 와닿았습니다 오히려 약해졌기에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들이었습니다
1. 이해가 아닌 공감으로 다가온 예술의 힘
예술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해가 아닌 공감으로 다가온 예술의 힘 과거에는 그 말이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왜 그림 하나에 수천만 원의 가치가 있는지 왜 음악을 듣고 울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감정이 정리되지 않고 모든 것이 무기력하게 느껴지던 그날 예술은 설명 없이도 공감이라는 방식으로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슬픔을 정확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 한 편의 시가 마음을 대신해주었습니다 공허함을 설명할 길이 없을 때는 멜로디가 내 감정을 채워주었습니다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어떤 작품이 먼저 알아봐 주는 듯한 순간 그때야말로 예술이 가진 힘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예술은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괜찮다고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존재만으로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더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말로 위로받지 못할 때 말 없는 예술이 나를 어루만졌습니다
2. 무너짐 이후의 나를 붙잡아준 예술의 존재감
삶이 무너진 후 다시 일어서는 길은 생각보다 더디고 지루합니다 무너짐 이후의 나를 붙잡아준 예술의 존재감 매일을 견디듯 살아가야 했고 평소 좋아하던 것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럴 때마다 예술은 조용히 나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귓가를 맴돌던 음악이 있었고 지나치던 거리의 벽화가 문득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작은 장면 속에서 예술은 나를 붙잡아주고 있었습니다
혼자 걷던 길에서 들리던 길거리 악사들의 노래 전시회에서 우연히 마주한 그림 한 점 어느 날 보게 된 시인의 문장 한 줄 모든 것이 나를 위해 준비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예술은 무너진 나를 탓하지 않았고 서둘러 일어나라고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괜찮다고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주었습니다
예술은 내 아픔을 대신 말해주었고 아픔을 품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살아갈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무너짐 속에서 비로소 예술은 나를 감싸 안았고 나는 그 품에서 서서히 회복되어 갔습니다
3. 예술은 상처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빛을 비추는 것이다
예술은 상처를 감추거나 치유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예술은 상처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빛을 비추는 것이다 오히려 그 상처를 그대로 드러내고 그것마저도 하나의 모습으로 비추어 주는 존재입니다 내가 가진 결핍과 슬픔 실패와 좌절이 모두 예술 안에서는 새로운 시선으로 재조명됩니다 아픈 감정 자체를 나쁘다고 하지 않고 그 감정에 담긴 깊이와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예술입니다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예술은 내가 완벽할 때보다 불완전할 때 더 깊이 다가온다는 것을 말입니다 잘 살고 있을 때는 지나치던 감정들이 무너짐을 통해 드러났고 그 감정들은 예술을 통해 정리되고 표현되었습니다 그래서 예술은 내 삶을 이해하는 언어가 되었고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눈이 되었습니다
예술은 언제나 곁에 있었습니다 내가 그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내가 무너졌을 때야 비로소 그것이 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예술은 무너짐의 틈을 타 들어온 것이 아니라 내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찾기 시작했을 때 자연스럽게 응답한 존재였습니다 그렇게 예술은 내 삶에 빛이 되었고 상처에도 온기가 되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