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끊임없는 연결 속에서 내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혹시 지금 몇 시야?"라는 질문에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는 순간 나는 시계를 확인하는 김에 알림창을 넘기고 메시지 몇 개를 답하고 그 틈에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누군가의 스토리를 본다 그리고 나서 다시 묻는다 "아 내가 시계 보려고 뭐 했지?"
익숙한 장면이다 무언가 확인하려던 목적은 사라지고 알고리즘이 이끄는 방향으로 손가락은 미끄러지 시간은 증발한다 처음에는
3분일 줄 알았던 접속이 어느새 30분이 되어버리고 하루 중 '멍 때리며 스마트폰만 보낸 시간'이 몇 시간에 이르는 날도 많았다
나만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모두 비슷했다 출퇴근길 식사 시간 잠들기 전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우리 그 속엔 재미도 있고 정보도 있고 관계도 있다 문제는 그게 ‘중독적인 방식’이라는 데 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매일 수십 개의 푸시 알림 하루 5~6시간씩 사용되는 스마트폰 사용 시간 머리는 늘 피곤했고 집중력은 바닥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하루 1시간만 온라인에 접속해보기 말 그대로 아날로그한 하루를 살아보기 위한 디지털 미니멀 실험의 시작이었다
- 온라인 1시간 제한 상상보다 훨씬 어려웠던 첫날들
규칙은 단순했다 스마트폰은 알림을 모두 끄고 앱 사용 시간 제한을 1시간으로 설정
SNS 뉴스 메신저 쇼핑 유튜브 검색까지 포함해서 딱 60분만 사용
단 전화와 문자만 예외로 했다
첫날,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자기도 모르게 폰을 들고 있는 내 손
화장실에 갈 때 음식이 입에 들어가기 전 심지어 누워서 잠들기 전까지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찾았다
놀라운 건 '무엇을 보기 위해'라기보다는 단순히 '켜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하루 1시간이 이렇게 짧은 줄은 몰랐다 아침에 뉴스 헤드라인만 훑고 나니 15분이 지나 있었고 점심시간에 친구 한 명과 카톡을 하다 보니 벌써 40분 저녁엔 유튜브 영상을 한 편 보기도 전에 사용 시간이 끝났다 그 순간부터는 인터넷 없는 하루였다
처음 며칠은 세상과 단절된 느낌’에 가깝게 느껴졌다 누군가 연락을 했을까 불안했고 알고 싶은 정보가 있어도 검색할 수 없는 상황이 답답했다 가끔은 괜히 핸드폰을 들고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다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3일 4일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나는 다른 무언가를 찾았고 그게 꽤 괜찮다는 걸 알게 됐다
- 더 집중하고 더 느끼고 더 깊이 있게
인터넷 없이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 많았다 처음엔 그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지만 조금씩 적응해가면서 아주 새로운 일상 패턴이 만들어졌다
가장 먼저 달라진 건 집중력이었다 스마트폰이 곁에 없으니 방해받지 않고 눈앞의 일에 몰입할 수 있었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 이전보다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고 잡생각도 줄었다 잠깐 멍해질 때마다 폰을 켜던 습관이 사라지자 뇌가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되찾은 듯했다
또 한 가지 변화는 감각이 살아났다는 것이다 걷는 길 계절의 냄새 커피의 온도 음악의 멜로디—all 느낌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이어폰을 끼고 빠르게 걷거나 카페에서 스마트폰 화면만 보며 시간을 보냈다면 이제는 눈앞의 풍경이나 소리 온도를 더 직접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조금씩 달라졌다 ‘지금 바로 답장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니 대화가 천천히 그리고 더 진심 어린 방향으로 흘러갔다 예전엔 메시지 몇 줄로 끝나던 대화를 나중에 전화를 걸어 직접 목소리로 나누기도 했다 그 한 통이 훨씬 깊은 연결을 만들어줬다
- 필요한 만큼만 내 삶의 리모컨을 되찾다
이 실험은 ‘디지털 금욕’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온라인의 유용함과 즐거움을 알고 있고 앞으로도 쓸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도구’로서의 온라인을 인식하게 됐다 더 이상 스마트폰이 내 주인처럼 끌고 가지 않는다
필요할 때만 열고 쓸 만큼만 쓰고 다시 닫는다
가장 큰 변화는 선택권이 내게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예전엔 푸시 알림과 피드가 시선을 잡아끌었다면 지금은 내가 먼저 선택해서 그 안으로 들어간다
그 덕분에 하루에 남는 시간이 늘었고 그 시간 속에서 나다운 루틴이 생겼다
명상 운동 글쓰기 산책 그리고 그냥 멍 때리는 시간까지
놀랍게도 하루에 단 1시간만 온라인에 있어도 필요한 건 다 가능했다
뉴스도 챙길 수 있었고 친구들과의 연락도 가능했다 핵심은 시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의식을 키우는 것이었다
이제 나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내 삶의 리모컨을 내 손에 쥐고 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단절이 아닌 조율이다
필요한 만큼만 연결되어 있고 그 외의 시간은 나를 위한 것으로 남겨두는 것
그 단순한 균형이 나를 훨씬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스마트폰과 인터넷 없이 사는 건 어렵다 하지만 그 안에 내가 완전히 묻혀 사는 건 더 위험하다
하루 1시간만 온라인에 머무르기로 한 이 작은 실험은 결국 나를 나에게 돌려주는 과정이었다
누군가가 묻는다
“그 시간에 심심하지 않아?”
나는 이렇게 말한다
“아니 오히려 그때야말로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