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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사실 그렇게 많은 걸 원하진 않았잖아요 1.처음부터 그렇게 많은 게 필요했던 건 아니었을 텐데아침에 눈을 떠 휴대폰을 열고 메시지를 확인하고 피드의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나도 모르게 뭔가 더 필요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더 좋은 직업 더 예쁜 옷 더 멋진 삶다른 사람의 일상 속에 놓인 무심한 사진 한 장이어느새 내 하루를 초라하게 만든다그런데 가끔은 멈춰서 생각해본다정말 나는 그렇게 많은 걸 바랐던 걸까?어릴 때의 나는 비 오는 날 창밖을 보는 게 좋았고학교 끝나고 편의점에서 먹던 천 원짜리 아이스크림이 행복이었으며주말 아침에 늘어져서 보는 만화영화 한 편이 충분했다언제부터인가 그 ‘충분함’이 기준을 잃고계속해서 더 가져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건 그렇게 거창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소소한 행복’이라는 말을 자주 쓰면서도정작 그.. 2025. 6. 14.
퇴근 후 3시간, 텅 빈 방에서 나와 마주한 감정들 문을 닫자마자 시작된 고요함의 낯섦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현관문을 열었다여느 때처럼 어둡고 조용한 내 방딱히 반겨주는 것도 환기된 공기도 없이 묵직한 공기만이 가만히 있다가방을 내려놓고 불을 켠 그 순간 문득 마음에 걸리는 낯섦이 스쳤다 “오늘 하루도 끝났네”그 말과 함께 밀려온 건 안도감이 아니라 어떤 막막함이었다회사에서는 쉴 틈 없이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었다 메일 회의 대화 메시지하루 종일 말과 일이 얽혀 있다가 집에 돌아오면 모든 연결이 끊어진다오로지 나 혼자그 조용함은 가끔 평화롭지만 어떤 날은 현실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공허함으로 다가온다그날의 고요함은 유독 낯설게 다가왔다내가 가장 익숙해야 할 공간이 가장 어색하게 느껴졌다그리고 나는 알게 됐다이 조용한 방 안에서 결국 나와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2025. 6. 12.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서울에서 미니멀하게 살아본 30일 줄이고 줄였지만 여전히 남아있던 것들서울에서 미니멀하게 살아보겠다고 결심한 나는 책상에 앉아 목록을 적기 시작했다불필요한 물건 의미 없는 약속 시간 낭비의 루틴 무심코 쓰는 돈눈에 보이는 것부터 습관까지 ‘덜어내야 할 것들’은 예상보다 많았다우선 물건을 줄였다 옷장은 계절에 맞는 옷 7벌만 남기고 모두 정리했다자주 입지 않는 옷 누군가 준 기념품 굳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물건들그동안 ‘혹시 필요할지도 몰라’라는 이유로 붙잡고 있던 것들이었다생활비도 통제했다 외식은 일주일에 한 번 카페는 두 번까지만대신 집에서 밥을 해 먹고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나갔다문제는 줄인다고 끝이 아니라는 거였다.물건이 줄어도 마음속의 결핍은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비워진 옷걸이를 보며 허전했고 주말에 친구와 약속이 없는 날엔 .. 2025. 6. 11.
하루 1시간만 온라인 – 미니멀한 디지털 실험기 끊임없는 연결 속에서 내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혹시 지금 몇 시야?"라는 질문에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는 순간 나는 시계를 확인하는 김에 알림창을 넘기고 메시지 몇 개를 답하고 그 틈에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누군가의 스토리를 본다 그리고 나서 다시 묻는다 "아 내가 시계 보려고 뭐 했지?"익숙한 장면이다 무언가 확인하려던 목적은 사라지고 알고리즘이 이끄는 방향으로 손가락은 미끄러지 시간은 증발한다 처음에는3분일 줄 알았던 접속이 어느새 30분이 되어버리고 하루 중 '멍 때리며 스마트폰만 보낸 시간'이 몇 시간에 이르는 날도 많았다나만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모두 비슷했다 출퇴근길 식사 시간 잠들기 전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우리 그 속엔 재미도 있고 정보도 있고 관계도 있다 문제는 .. 2025. 6. 11.
카페도 쇼핑도 약속도 줄이고 나서 얻은 것들 일상 속 '빈틈'이 주는 평화도시에서 살다 보면 쉼 없이 이어지는 일정과 약속 끝도 없이 올라오는 알림 속에서 '빈 시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기 어렵다. 예전의 나는 그런 일상에 익숙했다 주말이면 카페에서 약속을 잡고 틈틈이 쇼핑몰 앱을 열어 보고 “다음에 언제 볼까?”라는 말이 인사처럼 오가는 관계들 속에서 살았다그런데 그 모든 것을 조금씩 줄이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어느 날 ‘지치는 나’를 보고 억지로 줄이기 시작했다 약속을 줄이고 쇼핑을 멈추고 카페를 혼자 가는 일도 덜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텅 빈 주말 조용한 저녁 알림 없는 스마트폰 화면 마치 ‘소외된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그 빈틈은 차츰 내게 평화를 주기 시작했다조용한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면서 나는 걷기 시작했고.. 2025. 6. 10.
소유보다 연결 – 최소한의 삶에서 느낀 진짜 풍요 가진 게 많다고 풍요로운 건 아니었다한때 나는 무엇이든 가지고 싶어 했다 더 넓은 집 더 좋은 가전제품 더 많은 옷 더 편리한 앱들 도시 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채워진 것들이었다 월급이 들어오면 우선순위는 '나를 편하게 해 줄' 무언가를 소비하는 것이었고 SNS는 그런 욕망을 자연스럽게 부추겼다 나보다 더 잘 사는 사람들 더 세련된 인테리어 더 알뜰한 소비 습관을 자랑하는 계정들 사이에서 나는 항상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꼈다그런데 어느 날 물건은 많아졌는데 내 삶이 피곤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가득 찬 옷장은 늘 어지럽고 택배 상자는 집 안에서 날 위한 공간을 점점 줄였다 많은 물건 속에서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다 처음엔 인테리어 스타일.. 2025. 6. 9.